협상 재개하고도 파업, 6천대 생산 차질 등 확산

르노삼성 본사 전경. [제공=르노삼성차]
르노삼성 본사 전경. [제공=르노삼성차]

르노삼성차 노동조합이 오전 7시부터 시작하는 주간 근무를 위해 직원들이 분주히 출근하는 시간에 오전 근무조를 3개 조로 나눠 1시간씩 지명파업을 통보했다. 이 때문에 150명에서 200여명의 직원이 오전 7시부터 10시 사이 한 시간씩 파업하는 바람에 르노삼성차 부산공장 전체 생산라인도 함께 멈출 수밖에 없었다.

부산 르노삼성차 완성차 생산라인은 단일 생산라인에서 여러 종류 차량을 섞어 생산하는 것이 특성이다. 따라서 한 부분의 공정이라도 차질이 생기면 전체 생산라인에 연쇄 파급이 불가피하여 라인을 세울 수밖에 없어진다.

노조는 8일 오후에는 작업자를 2개 조로 나눠 2시간씩 같은 방식으로 파업을 하도록 해 역시 생산라인 가동을 중단시켰다.

사측 입장에서 라인 정지가 수시로 일어나고 있어 가장 고통스러운 노조 활동으로 여기고 있다. 반대로 노조 입장에선 유례없는 이런 '게릴라식 파업'이 조합원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어 효과가 크다고 판단하고 있다.

노조 입장에선 갈수록 조합원들의 파업 참여율이 계속 떨어지기 때문에 전면파업이라는 강수를 두지 않고도 비슷한 효과를 거둘 수 있어 투쟁 방식을 변경한 것이다.

르노삼성차 노조는 지난해 임금 및 단체협약 협상을 이유로 지난해 1220일부터 연말까지 예고 파업에 들어갔다.

그 당시 노조는 연말 생산수요가 몰리는 시점을 이용해 회사 측을 압박하고자 집중 교섭 마지막 날 전격적으로 예고 파업에 들어갔다. 이 역시 기습적인 파업이었다.

하지만 파업 기간 조합원 참가율이 30% 수준까지 떨어지고 회사 측도 주간 통합근무와 비노조원 동원 등 파업 대책을 수립해 생산라인을 가동하자 파업 효과가 떨어진다는 판단을 내렸다.

이에 노조 집행부는 예고 파업을 종료하고 새해 들어 회사와 협상을 이어가기로 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지명파업 등으로 회사를 압박했다.

노조가 선택한 '게릴라식 파업'은 노조원 입장에서는 1시간 파업으로 임금손실을 최소화하면서도 회사 측에는 전면파업과 맞먹는 효과를 낸다.

회사가 노조 파업 지침을 확인하고 대체 근로자 등을 투입하려면 최소한 2시간 이상 준비과정이 필요하기 때문에 12시간만 하는 '게릴라식 파업'에는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다.

노조는 파업 이후 첫 번째 협상이 열린 8일에도 협상에 성과가 없었다고 주장하며 야간 근무조를 대상으로 4시간 부분파업을 벌였다.

이어 다시 협상이 예정된 9일에도 오전 9시부터 11시까지 게릴라 파업을 이어가고 있다.

 

사측 1200억원 손실 예상

 

르노삼성 노조는 기본급 8.01% 정률 인상 등을 임금교섭 요구 조건으로 내세우고 있다. 2016~2018년 지속적으로 수천억 원씩 매년 영업이익이 난 만큼 근로자들에게 이익이 배분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에 반해 사측은 올해부터 르노삼성 부산공장 생산량의 절반(매년 10만대)을 차지하는 닛산자동차 `로그` 위탁생산이 끊기고, 후속인 XM3 수출 물량도 아직 확정되지 않아 노조가 고통 분담을 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어 협상이 쉽지 않은 상태.

이 때문에 부산 등 르노삼성차 부품협력업체들도 비상이다. 가뜩이나 경기가 어려운데 기습 게릴라 파업으로 그나마 있던 물량마저 끊길까 노심초사하고 있는 것.

사측은 이번 임단협을 둘러싼 파업으로 지금까지 모두 6천여대의 차량 생산에 차질을 빚어 1200억원가량의 손실을 입었다고 주장했다.

르노삼성차 관계자는 "노조가 벌이는 파업 형태는 요구를 관철하기 위한 압박용이라기보다 철저히 회사 측 대응을 무력화시키는 계산된 파업"이라며 "어렵게 마련한 협상 테이블을 다시 엎는 결과를 빚지 않을지 우려된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굿데일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