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지자체 축제장들 울상, 겨울 특수 기대 사라져

인제 빙어축제. [제공=인제군]
인제 빙어축제. [제공=인제군]

1월의 강추위가 사라지고 비가 쏟아지는 가운데 포근한 날씨가 이어지면서 제주에서 봄꽃 철쭉꽃이 난데없이 피는 등 전국 곳곳에서 이상 자연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최근 이틀간은 겨울비마저 폭우 수준으로 내려 겨울 축제 특수를 기대하던 지자체들에 비상이 걸렸다.

7일 낮 제주는 완전한 봄날씨였다. 최고기온이 23도를 넘은 가운데 반소매 차림의 시민이 눈에 띄었고, 제주대 캠퍼스에는 때 아닌 철쭉이 피었다.

제주는 이날 낮 최고 기온이 23.6도까지 오르면서 1월 기록으로는 1923년 기상 관측 이래 97년 만에 최고를 기록했다.

남쪽 부산 지역도 낮 기온이 18도까지 오르면서 남구 유엔기념공원의 일부 홍매화가 꽃망울을 터트렸고 가지에 붉은 꽃망울이 알알이 맺혔으며 일부 가지에는 34송이의 꽃이 피기도 했다.

유엔기념공원은 "보통 설 무렵에 홍매화가 망울을 터트렸는데 올해는 날씨가 따뜻해 봄이 좀 빨리 온 것 같다"고 말했다.

여기에 6~7일 이틀째 비가 내리면서도 온도가 내려가지 않자 전국 지자체가 운영 예정이던 겨울축제장 곳곳에서 한숨이 터져 나왔다.

겨울 축제의 대명사였던 가평의 산천어 축제는 심각한 위기다. 화천군은 개막을 나흘 앞둔 산천어축제의 메인프로그램인 얼음낚시터 사수에 나섰다. 공무원 500여명은 이날 새벽부터 빗물 유입 방지를 위해 안간힘을 썼다. 축구장 26개 면적의 축제장 바깥 경계에 비닐과 모래주머니를 쌓느라 비지땀을 흘렸다. 문제는 영하의 꽁꽁 어는 날씨가 필요한데 추위 예보가 없어 담당자들이 속을 태우는 중이다.

눈조각 작품으로 전국에서 관광객을 모아 오던 태백시도 비상이 걸렸다. 축제장인 태백산국립공원 당골광장에 설치 중인 눈 조각 작품 55개에 모두 비닐을 씌웠다. 태백시는 눈조각 작업을 이틀간 잠정 중단했다. 오는 10일 개막인데 날씨가 계속 이러면 축제 운영에 차질이 생길 것이라고 난리들이다.

홍천 꽁꽁 축제는 하늘만 바라보고 있다. 비가 내리면서 홍천강 얼음이 35가량 녹아내린 것이다. 일단 얼지 않은 강 위에는 부교 낚시터를 설치했는데 날씨가 이대로라면 관광객이 찾을지 염려하고 있다.

속초 엑스포공원에 조성된 눈썰매장과 춘천 오월리 빙어축제장 등 크고 작은 겨울축제장도 때아닌 겨울비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고 지난해 1228일 시작한 평창 송어축제는 이날부터 얼음 낚시터를 비롯한 체험행사장 운영을 잠정 중단했다.

충남 청양군에서 펼쳐지는 칠갑산 얼음분수축제도 일부 차질을 빚고 있다. 이 축제는 70여 점의 높고 웅장한 얼음분수, 눈 조각과 얼음 조각, 대형 눈 동굴, 야간 별빛 터널, 대형 트리가 볼거리를 제공하고, 눈썰매, 얼음 썰매, 봅슬레이도 체험할 수 있어 많은 관광객들이 찾아 왔다. 하지만 관광객들로부터 매년 큰 인기를 받은 빙어낚시는 포근한 날씨 탓에 얼음이 얼지 않아 아직 운영도 들어가지 못하고 있다.

오는 11일부터 17일간 얼음페스티벌을 개최하는 충북 제천시는 더 큰 어려움에 직면했다. 푸근한 낮 기온에 공어 낚시 등 체험행사 개최지인 의림지 보조지가 꽁꽁 얼지 않아 공어 맨손 잡기 등 대체 프로그램을 준비 중인 제천시는 지난 6일부터 내리는 비에 발만 동동 구르고 있는 상황.

제천시는 오는 8일 비가 그친 뒤 습도가 떨어지면 제설기를 가동해 눈의 양을 늘리고, 훼손된 눈 시설물을 가다듬을 계획이지만 이 또한 금방 녹아버릴까 염려하고 있다.

이처럼 겨울 축제를 열거나 준비해온 전국 지자체들은 한겨울 같지 않은 포근한 날씨와 야속한 비에 속상해하고 있다. 그럼에도 행사 차질을 최소화하기 위해 나름의 자구책을 세워 분주히 대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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