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출판사 살리기] ‘요즘 것들의 사생활:결혼생활탐구’ 이혜민 900㎞ 대표

[1인출판사 살리기]는 경기도가 책 생태계 복원 및 활성화를 위해 경기콘텐츠진흥원과 함께 추진하는 ‘경기도 책 생태계 활성화 사업’(중소 출판 지원 ‘경기도 올해의 책’)의 일환으로 진행된 출판 프로젝트입니다.<편집자 주>

수원 경기상상캠퍼스에 위치한 사무실에서 ‘구백킬로미터’(1인출판사) 이혜민 대표가 경기도 올해의 책으로 선정된 에세이집 ‘요즘 것들의 사생활:결혼생활탐구’을 소개하고 있다. © 굿데일리

“용기를 얻은 기분이다. 1인출판이 혼자서 하니까 ‘제대로 가고 있는지’, ‘어떻게, 어딘가로 가는지’ 모르잖아요. 그런 상상에서 (경기도 올해의 책) 선정이 되니 잘하고 있다는 격려라고 느껴진다.”

‘2018 경기도 올해의 책’으로 뽑힌 ‘요즘 것들의 사생활:결혼생활탐구’(이하 ‘요즘 것들의 사생활’·인터뷰집)을 기획하고 만든 1인출판사 ‘구백킬로미터’ 이혜민(31·여) 대표의 이야기다.

■ 2030세대의 결혼문화…자신들만의 라이프 스타일!

이혜민 대표는 “‘요즘 것들의 사생활’은 요즘 젊은 세대(2030)의 결혼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면서 “(이 책을 만들게 된 것은) 기성세대와 우리나라의 뿌리 깊은 결혼 문화의 고정관념에 대해 저와 제 남편이 느낀 부조리함이나 답답함이 있었다”고 기획의도를 소개했다.

이 대표는 잡지 에디터를 거쳐 그래픽디자인회사에서 기획 편집자로 일했다. 지난 2016년 봄, 이 대표는 디자이너인 남편 정현우(32) 씨와 의미 있는 방법으로 결혼하고 싶어 산티아고 순례길을 함께 걷는 것으로 결혼식을 대신했다.

약 900km의 순례길을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온 이들은 여정을 담은 이야기를 ‘세상에서 가장 긴 결혼행진’이란 책을 함께 펴내고, ‘구백킬로미터’라는 출판사를 등록했다.

‘세상에서 가장 긴 결혼행진’을 계기로 기획된 책이 바로 경기도 올해의 책으로 선정된 ‘요즘 것들의 사생활:결혼생활탐구’(900KM 刊·이하 ‘요즘 것들의 사생활’)이다.

■ 10쌍의 2030세대 부부의 인터뷰를 책으로 담다 

“(결혼문화의 부조리함에 대해) 동일한 생각을 하는 젊은 부부들이 있지 않을까, 하는 문제의식을 갖고 자신들의 라이프를 만들어가는 부부를 수소문했다.”

2018년 경기도 올해의 책으로 선정된 ‘요즘 것들의 사생활:결혼생활탐구’.(900km 펴냄) ©굿데일리

이 대표는 남편과 함께 결혼문화에 대해 고민하는 2030세대의 부부들을 찾기 시작했다. SNS, 제보, 추천 등을 통해 10쌍의 부부와 연락이 닿았고, 이들의 이야기를 인터뷰해 책으로 묶어 냈다.

이 대표는 “기존의 결혼문화에 문제의식을 갖고 자기만의 방식으로 살아가기 위해 도전하는 부부들을 찾았다”면서 “인터뷰를 하고나서 ‘이런 동지가 있구나’에 대한 동질감, 용기를 얻었다”고 설명했다.

책 제작기간은 약 1년이 걸렸다. 2017년 가을부터 2018년 2월까지 5개월가량 인터뷰를 진행했고, 인터뷰 내용을 토대로 책 만들기 작업에 들어갔다.

진행하면서 가장 어려웠던 점이 궁금했다.

이에 대해 이 대표는 “저희가 말하는 메시지를 표현하는 방식 중 하나로 출판을 시작했다. 직접 콘텐츠도 (제작)한다”며 “이 책은 모든 것을 처음부터 끝까지 직접 하니까 어려운 부분이 많았다”고 답했다.

무엇보다도 가장 어려웠던 점은 영상으로 찍은 인터뷰 내용을 왜곡 없이 책으로 옮기는 작업이었다.

“인터뷰 다니는 것 자체는 많이 해본 일이라 괜찮았다. 유튜브(동영상 공유 서비스)로 (콘텐츠 제작을) 병행하기로 하고, 영상에 대해 스터디부터 했다. 영상을 글로 푸는 작업도 쉽지 않았다. 그것을 독자가 오해하지 않도록 윤색하는 게 가장 어려웠다. 윤색을 편집하고 인터뷰이(interviewee)에게 확인하는 과정을 거쳤다.”

쉽지 않는 과정이었을 것이다. 이 같은 시간 이후, 인터뷰를 한 부부들은 이 대표와 남편에게 동지가 됐다고 한다. 평소에도 종종 연락을 주고받으며 서로에게 힘이 된다. 

■ 책 출간 후 달라진 점은? 

인터뷰집 ‘요즘 것들의 사생활’ 출간 후 달라진 점도 궁금했다. 독자들이 인터넷서점 등에 책 리뷰기사도 많이 남겼다. 이 대표 부부는 ‘요즘 것들의 사생활’ 유튜브 계정에서 상담소 코너 운영도 시작했다.

이혜민 대표는 남편과 함께 결혼문화에 대해 고민하는 2030세대의 부부들을 찾아 연락이 닿은 10쌍의 부부들과 인터뷰를 통해 책을 엮었다고 전했다. © 굿데일리

이 책의 메시지와 관련, 이 대표는 “(이 책을 통해) 세상이 우리에게 요구하는 기준 대신에 나답고, 우리답게 살아갔으면 좋겠다”며 “결혼을 이야기한다고 해서 결혼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우리와 같은 이 시대를 살아가는 청춘들에게 결혼이 ‘선택’이 아닌 ‘포기’하는 항목이 되지 않길 바랄 뿐이다”고 설명했다.

“900km는 출판사 겸 콘텐츠기획사지만, 출판 등 여러 콘텐츠로 다양하게 청년들의 목소리를 모아 수집하려 한다. 저희 포커스는 청년세대이고 그들의 일과 삶, 다양한 부분들을 담아내려고 하고 있다”는 이 대표의 말은 힘있게 들렸다.

앞으로의 활동이 궁금해졌다.

인터뷰를 마치며 이 대표는 “(독립출판 서점용) 페미니즘 앤솔로지 문예집이 나왔다. 미투 운동으로 연대한 여성들이 글로써 그 이후를 이야기하는 책이다. 그 다음은 청년들의 삶을 담은 문고판 시리즈를 기획 중이다”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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