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긴급조사 중간결과 발표…삼성전자, 8월 30일~9월 6일 경보시설 정지상태로 나둬
사상자 처치기록지 의료기관 미제출, 거짓보고, 근무태만, 감독소홀 등 과태료 처분도 추진

17일 오전 9시 30분 경기도청 브리핑룸에서 김용 경기도 대변인이 ‘삼성전자 이산화탄소 누출사고에 대한 경기도 긴급조사’ 중간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 굿데일리

경기도가 이산화탄소 누출로 3명의 질식 사고를 낸 삼성전자 기흥사업장을 소방시설법 위반으로 검찰에 송치하고, 소방안전관리자의 업무 태만 등 4건에 대해 과태료를 처분했다.

김용 경기도 대변인은 17일 오전 9시 30분 경기도청 브리핑룸에서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삼성전자 이산화탄소 누출사고에 대한 경기도 긴급조사’ 중간 결과를 발표했다.

이날 김용 대변인은 “경기도는 사고 원인을 규명하고 사고 대처 과정의 문제점을 파악하고자 다섯 차례에 걸쳐 민관합동조사를 포함한 긴급조사를 실시했다”며 “이번 사고에 책임이 있는 삼성전자의 법령 위반 행위에 대해 엄중한 처벌을 요구한다”고 말했다.

이번 사고와 관련, 경기도가 지적한 법령 위반 행위는 모두 3가지로 도는 먼저 삼성전자가 지난 8월 30일부터 9월 6일까지 경보설비를 연동 정지(작동 정지) 상태로 관리해 소방시설의 정상작동을 차단했다고 밝혔다.

우선, 도는 경보설비 정지는 소방시설법에 따라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해당되는 형사처벌 건으로 이번 사건을 수원지방검찰청에 송치할 계획이다. 

삼성전자는 경보설비 정지 이유에 대해서는 명확한 답을 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삼성전자는 사고 당일인 4일 자체 구급차로 환자를 이송했지만 사상자들의 처치기록지를 의료기관에 제출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응급의료법 제49조 위반으로 도는 처분청인 용인시 기흥보건소에 이 사건을 이첩했다. 처치기록지 미제출은 응급의료법 제62조에 따라 300만 원 이하의 과태료 처분을 받게 된다.

도는 이와 함께 이번 합동조사결과와 지난 4월 삼성전자가 경기도에 제출한 정기 소방시설 종합정밀점검 결과 내용 가운데 CO₂ 소화설비 제어반 위치, 과압 배출구 현황 등이 다르다고 지적했다. 

특히 삼성전자 내 소방안전관리자가 경보시설 정지 사실을 모르는 등 방재센터 업무에 관여하지 않았다는 점도 문제가 된다고 보고 있다. 이에 따라 도는 ▲거짓보고 ▲소방안전관리자의 업무 태만 ▲삼성전자의 지도 감독 소홀 등을 이유로 각각 과태료 처분하기로 했다.

아울러 도는 소방개선공사 시공업체에 대해서도 공사현장에 소방기술자를 배치하지 않은 사실을 확인해 과태료를 부과할 방침이다.

도는 이번 조사 결과를 토대로 화재 또는 구조·구급 상황을 119에 신고하지 않거나 지체하는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신고 주체에 대한 명확한 설정과 처벌 규정을 신설하도록 정부에 건의하기로 했다. 

이는 삼성전자가 사고 직후가 아닌 사망자 발생 직후에 소방당국에 신고한 것을 놓고 위법성 논란이 일어난 데 따른 조치다.

경기도는 이번 조사 결과를 토대로 화재 또는 구조·구급 상황을 119에 신고하지 않거나 지체하는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신고 주체에 대한 명확한 설정과 처벌 규정을 신설하도록 정부에 건의하기로 했다. ©굿데일리

이 밖에도 기업체별로 자율적으로 운영되는 자체소방대의 관리 감독을 위한 ‘(가칭) 자체소방대법’ 제정도 소방청에 건의할 방침이다.

경기도 조사에 따르면 경기도에는 31개소의 자체소방대가 있지만 이를 관리 감독할 수 있는 관련 법규는 전무한 것으로 나타났다.

김 대변인은 “지난 8일부터 화재안전특별조사반을 조직해 이산화탄소 소화설비 2302개소에 대한 불시 안전점검을 실시 중”이라며 “이번 사건으로 희생된 고인의 명복과 부상자의 회복을 빌며 다시는 경기도에서 이와 같은 비극이 반복되지 않도록 만전을 기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날 동석한 길영관 경기도 소방재난본부 화재예방팀장은 “경찰 수사와 관련해 중복 수사는 아니다. 소방기본법상 경찰이 (수사 순위는 소방보다) 우선이기에 결과 후, 조율을 통해 역할 분담할 것”이라고 밝혔다.

도는 앞서 지난 9월 4~6일, 10일, 13일 등 모두 다섯 차례에 걸쳐 민관합동조사를 실시해 사고원인 규명과 소방안전 관리 실태를 확인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소는 수거 증거물에 대한 감정, 감식을 거쳐 최종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한편, 중간 조사결과에 따르면, 경기도는 이번 사고(지난 9월 4일 발생)가 소방개선공사를 위해 투입된 인력이 정상배선을 노후배선으로 오인해 절단하면서 발생한 것으로 보고 있다.

정상배선이 끊어지면서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 설비가 작동하기 시작했고 이 과정에서 이산화탄소 가스가 방호구역이 아닌 이산화탄소 저장실에 방출되면서 순간적인 고압에 벽이 파손됐다. 누출된 이산화탄소 가스는 복도로 흘러들었으며, 이곳에서 작업 중이던 세 명이 질식 사고를 당했다. 이 사고로 협력업체 직원 2명은 숨졌으며 1명이 중상을 입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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