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0년 수원의 민낯과 수원문학 봄호에 다양한 특집 마련

▲ 수원문학 43호 표지     © 굿데일리

수원문학 (박병두 회장)은 지난 30일 수원문학인의 집에서 독서토론과 계간 수원문학 봄호(43호) 및 금요문학광장을 개최했다.
 
독서토론은 수원문학 작가들과 문학에 관심 있는 시민들에게 책읽기 권장일환으로 강좌를 마련해 지난해부터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이번 독서토론은 수원문인협회 10대 11대 회장을 지낸 이창식 고문(수필가)의 『1930년대 수원의 민낯』 주제로 열렸다.

1930년 수원의 민낯은 고리대금 천국이었던 당시의 수원 8인의 유식인 좌담회로, 수원하주운송주식회사 홍사선, 한성은행 수원지점장 한광호, 화성자동차주식회사 사장 안병욱, 신간회 수원지회장 변기제, 수원종로 교회 목사 이익모, 수원의원 원장 신현익, 삼일여자보통학교 주임 홍장원, 수원곡물상조합 최경환 등 수원의 유식인들이 1930년 11월29일 저녁 8시 수원성내 영락관에서 〈지방여론에 고함〉이란 주제로 당시 좌담회로 밤을 새웠던 내용들을 오늘 현실적인 수원의 변천사를 집대성한 기록을 가지고 교육, 환경, 위생, 물가, 경제, 교통, 장래발전, 금융, 풍기문란 등 사회상을 논의 했던 내용으로 토론과 질문형식으로 마쳤다.

2부 행사로 계간 수원문학 43호 봄호 출간기념식을 가졌다. 특집으로는 지난해 지병으로 타계한 故신금자 수필가 시조시인을 유고특집으로 다뤘다. 특집에는 고인의 화보와 함께 고인의 대표작품과 고인을 추모하는 회원들의 작품들을 다뤘다. 이와 함께 유족에게 수원문학 봄호 표지 인물화 기증식도 가졌다. 봄호 수원문학인상에는 전영구 수필가에게 돌아갔으며, 신인작품상으로는 황남희 시조시인의『지름길』 외 5편과 황남수 시인의『나의 힘, 나의 시』 외 5편이 당선의 영예를 안았다. 이 밖에도 2018년 수원예술대상 권월자 시인 수필가, 공로상 윤형돈 시인의 특집과 수원문학 계간지 전국최우수문학지 기여한 김도성 소설가, 임옥순 아동문학가, 김순덕, 김학주, 서춘자 김영희 송소영, 한희숙 시인의 수상특집도 마련했다.

3부 행사인 금요문학광장 초대작가는 문태준 시인의 특강으로『시 읽는 즐거움과 시 쓰는 즐거움』주제로 두 시간에 걸쳐 이어졌다. 문태준 시인은 윤동주의 산울림 시로 강의를 시작했다.〈까치가 울어서/산울림/아무도 못 들은/산울림//까치가 들었다/산울림/저 혼자 들었다〉까치 한 마리가 울어서 산울림이 생긴다는 것이다. 까치소리 한 번 울리면서 산 우묵한 곳에 메아리가 하나 생겼다는 내용이다. 고요한 순간에 바람이 불어서 물결이 생겨나는 것처럼 어떤 영향의 돌발적인 움직임이 발생하여 나중에 재현되는 것. 봄바람이 불어서 싹이 트는 것은 발화가 된다. 시가, 문학의 장르가 어떤 움직임이 있어서 그것에서 새로운 자신이 되어 말하자면 새로운 자아가 보고 듣고 냄새 맡고 얻어지는 새로운 감각이다. 이 표현은 존재의 표현이다. 감각의 나무라는 사물의 내용을 움직여 놓는 것은 생각이나 감정을 다른 나뭇가지로 움직여 놓는 것이다.〈봄이 지나고 / 여름이 지나고/ 가을이 왔다 / 기분 좋다 / 이힝 이힝// “모래사장에 그린/ 물고기 한 마리 / 바다는 내 그림을 / 살며시 가져간다”〉장민교 어린이의 동시로 잘 쓴 동시다.

칠레의 시인 파블로 네루다는 1971년에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시인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정현종 시인이 파블로 네루다의 작품을 번역해서 알려졌다. 네루다는 노년엔 동시를 쓰고 싶다고 한다. 아이의 동심은 호기심과 천진난만함과 엉뚱한 질문이 있으므로 아이의 호기심으로 시를 쓰고 싶은 것이다. 김춘수 시인의 「바람」이나 정채봉 시인의 「들녘」은 동심 가득한 시이다. 몽골 시인 롭상로르찌 을지터그스의 「새마다 하늘」과 이란 시인인 루미의 「봄의 과수원으로 오세요」, 같은 이란의 시인 알리레자 가르베의 「어머니」작품은 모두 동심 어린 작품들이다. 이렇게 동심이란 아이의 호기심처럼 마음을 움직여주는 감동이 있다.

문태준 시인은 항상 메모하는 습관을 가져야 한다고 주문했다. 잠깐 잠깐 성냥불은 켜놓듯 시상과 시어를 잡아채어 메모를 해야 한다. 우리의 기억은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요즘엔 반딧불이가 많지 않지만 “그믐밤 반딧불은 부서진 달의 조각” 처럼 한순간에 떠오른 시상의 메모가 한 줄의 시가 될 수 있는 것이다. 문 시인은 자신의 시 12편 정도를 읽으며 시의 배경과 상황들을 섬세하고 이해가 빠르게 강의를 맡아주었다. 그 중에서 가장 인상적으로 가슴에 와 닿은 시 한 편을 소개로 강의를 마무리했다. 동심의 세계를 넘어 선시(禪詩)적인 느낌이 나는 문태준 시인의 단순한 구조 시다. 〈달이 연못을 밟는다/맑고 깨끗하고 조용한 은막(銀幕) 위를//달빛이, 야생의 흰 코끼리가 연못을 밟는다/온순하고 낙천적인 투명유리를 깨트리면서〉낭독으로 강의를 마쳤다.

박병두 회장(시나리오작가/문학평론가)은 독자들의 기대와 수준이 높아가고 있고 기계가 인간를 대신해 주는 인공지능시대를 접하는 두려움을 문학만이 할 수 있는 유일한 책무가 문인들에게 달려있음을 강조했다.

또한 고은시인의 미투 문제로 문학의 상황들이 자성과 성찰의 시간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수원문학의 최대 관심사인 수원문학관건립은 문학의 구조적인 이기심이 아니라, 인문학도시를 구현과 시민들의 삶과 질에서 역사의식에 호흡하는 정신의 학문으로 어떻게 살 것인가 하는 질문적인 성찰의 학문으로 사람과 사람, 인간의 생명과 존엄성의 가치이며, 문학의 궁극적의 목적인 배려와 나눔이라고 강조하고 지혜를 모아 가자고 당부했다.

수원문학은 창립 52주년을 맞는 4월24일 수원문학 작고문인평전과 수원문학사 출간을 앞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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