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문화살롱 40] 성남시 분당구 수내동 ‘신해철 거리’

[경기문화살롱]은 일상이 바빠 제대로 문화예술을 향유하지 못하는 도민들에게 간접체험의 기회를 드리고자 경기G뉴스가 마련한 기획시리즈입니다. 도내 각종 전시회·발표회·음악회 소식을 생생하게 전해드립니다.[편집자 주]

성남시 분당구 발이봉로 3번길2(수내동 89-1)에 위치한 신해철 거리. 길 입구에 세워진 상징 게이트(CROM GATE)는 그의 별명 및 노래들을 상징적으로 담았으며, N.EX.T의 첫글자 n을 형상화한 것이 특징이다.

지난 2월 8일 성남시 분당구 수내동에 위치한 ‘신해철 거리’가 문을 열었다. 성남시 분당구 발이봉로 3번길2(수내동 89-1). 160m의 구간. 바로 ‘신해철 거리’라는 이름이 붙여진 곳이다. 

그를 만나기 위해 발길을 옮겼다. 흘깃, 스마트폰으로 달력을 보니 겨울잠을 자던 개구리가 깨어난다는 ‘경칩’(驚蟄‧3월 6일)이었다. 

성남시민 아이디어에서 시작.. 신해철을 추억하다

길은 쉽게 찾았다. 3월에 들어서면서 매섭던 추위는 거짓말처럼 사그라졌다. 산책을 나서듯 그 거리로 들어섰다. 성남 발이봉로 3번길2의 중간쯤이었을까. 신해철이 앉아 있는 동상이 먼저 눈에 들어왔다. 길게 이어진 산책로에는 150여 개의 조형물이 곳곳에 이정표처럼 세워져 있었다. 

이 거리 부근에는 지난 2012년부터 2014년까지 가수 신해철이 음악 작업실로 사용했던 음악 작업 스튜디오가 위치해 있다. 지난 2014년 성남시민의 아이디어에서 시작된 신해철 거리. 신해철이 세상을 떠나던 그해이기도 했다. 상가와 다세대 주택들이 길게 이어진 길 위에는 동상을 비롯해 그와 관련된 추모석들이 이정표처럼 세워져 있었다. 

먼저, 길 입구에 세워진 상징 게이트(CROM GATE)는 그의 별명 및 노래들을 상징적으로 담았으며, N.EX.T의 첫글자 n을 형상화한 것이 특징이다.

상징 게이트를 따라 언덕을 올라가다 보면, 벤치에 앉아 있는 그의 동상과 가벽이 눈에 들어온다. 신해철 거리의 중심에 위치해 있으며, 함께 사진을 찍을 수 있는 포토존이었다.

또한 거리 곳곳에 세워진 가사안내판(느티나무에 악보형식으로 만듦)과 어록 & 추모 블록(가수 조용필·션(지누션)·테이, 장진 영화감독, 소설가 황석영 등 50여 명이 남긴 문화예술인들의 추모글)이 이어진다. 

신해철 거리는 지난 2014년 성남시민의 아이디어에서 비롯됐다. 거리에 위치한 신해철 동상과 가벽.

특히 그가 남긴 메시지와 그에게 남긴 글을 하나둘 읽다보면 신해철을 추억할 수 있는 뜻깊은 시간이 될 듯하다.

이곳은 기존의 거리와 다른 점을 찾는다면? 

상권 중심의 번화가 아닌 주택가에 위치해 있어 녹음이 짙어지는 계절에는 산책하기에 제격일 듯했다. 성남 불곡산 녹지축과 연계돼 있는 점이 그 이유일 터. 거리를 천천히 걷다보면, 그가 음악 작업실로 사용했던 스튜디오가 보일 것이다.

추모관으로 꾸며진 신해철의 음악 작업 스튜디오

스튜디오는 건물 지하에 위치해 있었다. 건물 입구에 신해철의 프로필 사진을 촬영했던 강영호 사진작가의 친필 캘리그래피 간판(‘신해철 Studio’)이 걸려 있었고, 구두약과 나무젓가락을 이용해 작업했다고 한다.

16개의 계단을 내려가면 그의 음악 작업 스튜디오와 이어진다.

스튜디오 입구에 ‘N.EX.T vtd’라는 간판이 걸려있고, 문을 열고 들어서면 서재로 이어진다. 스튜디오는 서재, 전시실, 음악작업실 등 3개의 공간으로 구성됐다.

이곳의 문을 연 지 한 달째. 주말에는 많으면 방문객이 100명가량 찾아온다고 한다. 스마트폰으로 기념사진을 찍고, 전시실 한 켠의 턴테이블 플레이어에 연결된 헤드폰으로 신해철의 음악을 들다가는 이들의 모습이 눈에 그려졌다. 

안내를 맡은 자원봉사 관계자는 “주로 찾아오시는 분들의 연령대가 30대 초반에서 40대 중반인데, 남성이 여성보다 많았고, 가족 단위로 오신 방문객들도 제법 있었다”며 “최근에는 충남 서산에서 온 신해철 팬인 40대 중반의 여성도 기억에 남는다”고 전했다.

신해철이 한 시대를 대표하는 뮤지션뿐만 아니라 한국에서 X세대에게 영향을 준 사람이라는 점을 유추할 수 있는 대목이었다.

가수 신해철이 음악 작업실로 사용했던 스튜디오의 서재.

신해철이 생전에 사용했던 노트.

서재에 꽂힌 그의 책들을 좇아본다. ‘금강경강해’, ‘서양철학사’ 등 철학서, ‘드래곤라자’ 등 한국 판타지 소설,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등 만화, ‘오다 노부나가의 카리스마 경영’ 등 처세서, 한국과 일본의 역사서 등 다양한 책들이 책꽂이에 꽂혀 있었다. 서재 중간에 놓인 메탈리카 등의 음악 CD도 눈에 들어왔다.

전시실에선 의류, 개인소품, 소장품, 사진, 앨범, 편지 등이 전시돼 있으며, 음악을 감상할 수 있는 공간이 제공된다. 

마지막으로 음악작업실로 가는 복도에는 그에게 메시지를 남길 수 있는 공간이 한쪽 벽에 설치됐다. 복도에서 잠시 걸음을 멈췄다. 신해철의 목소리 때문이었다. 복도 천장에 설치된 스피커를 통해 들려온 것은 신해철이 생전에 진행했던 라디오방송(SBS ‘고스트스테이션’)이었다.

음악작업실에선 그가 음악녹음작업을 하던 공간을 그대로 볼 수 있으며, 마지막 스케줄 손글씨, 재떨이까지도 고스란히 남겨졌다. 특히 녹음장비, 스케줄표, 녹음마스터링테이프, 벽에 설치된 음반자켓 이미지 등은 스마트폰 카메라로 사진을 남겨 기억하고 픈 공간이기도 했다.

그곳을 나오며 방문객이 남긴 추모 메시지를 오랫동안 눈으로 읽어본다. 몇 개의 메시지에 발목이 잡혔기 때문이었다. 그것은 다음과 같다.

‘야자 시간에 몰래 오빠 라디오 듣다가 제 사연 소개되어 속으로 소리 질렀던 생각이 나네요. 제 나이 벌써 마흔 중반. 세월 참 빠르죠. 편히 쉬세요.’

‘우리 엄마가 좋아해요.’

‘보고 싶습니다.’(세현)

‘뫙(마왕)! 왔다 간다! 또 오께~!’

스튜디오 복도에 설치된 팬들의 메시지 보드.

음악 작업과 라디오 방송을 했던 신해철의 작업실

성남시 관광과 관광개발팀 정유경 주무관은 “신해철 거리가 미술관, 전시관, 공연장으로, 문화의 산책길로 발전했으면 한다”며 “예술인들의 문화창작소, 시민들이 산책하는 기분으로 잠시 들러서 책도 읽고 음악도 감상하고 생각을 정리할 수 있는 공간이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정 주무관은 또 “신해철 씨가 음악가이며 철학가이기도 하지만 신해철을 기억하는 이들에게는 고민을 털어놓고 이야기할 수 있는 동네 형이기도 하다”며 “동네 형(신해철)과 이야기를 나누고 갔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오는 6월과 9월 신해철거리에서 버스킹, 거리토크쇼 등의 문화행사가 열릴 예정이다.

※ 관람 안내

신해철 스튜디오 운영시간: 10:30~18:00(명절 연휴 전날 및 당일 휴무)

관람료: 무료

주소: 경기 성남시 분당구 성남시 분당구 발이봉로 3번길2(수내동 89-1, 지하 1층)

문의전화: 성남시 문화관광과 031-729-8603

저작권자 © 굿데일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