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은 사람이 살아가는데 필요한 물자를 원활하게 거래하기 위해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장소로 오랜 세월 존재해왔다. 과거에는 소량의 잉여생산물 등을 팔고 사는 장소였으나 경제가 발전하면서 생산된 물건의 대량집하 및 분산의 기능과 역할을 담당하며 확대발전하고 있다.

정부는 후진국형 농수산물 유통체계를 개선하고자 농수산물유통 및 가격안정에 관한 법률을 제정하고, 1985년 가락동에 우리나라 최초의 농수산물공영도매시장인 서울 가락동 농수산물도매시장 개장을 시작으로 2004년까지 전국에 32개 공영도매시장을 개설하여 농수산물유통의 현대화체계를 마련하였다.

경매제를 도입해 중도매인 간 가격 경쟁을 유도함으로써 도매시장에 판매를 위탁한 농수산물 생산 농어가가 기존 위탁상을 통해 받는 가격보다 높은 가격을 받을 수 있도록 하였고, 매일 산지로부터 신선한 농수산물을 공급받아 도시의 대규모 소비지에 대량의 농수산물을 신속하게 공급함으로써 농수산물 먹거리로 인해 발생될 수 있는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게 하였다.

그러나 인구의 약 1/4이 거주하며 농수산물 수요가 높은 서울의 농수산물의 가격이 높아지자, 전국 산지로부터 서울가락농수산물도매시장으로 농수산물 출하가 집중되었다. 이로 인해 지방도매시장에서 일부 품목에 대한 물량 부족현상이 나타났고 부족분을 충당하기 위해 가락동도매시장의 농수산물이 지방으로 다시 이동하는 물류의 역류현상이 발생하면서 증가하는 물류비용을 소비자가 부담해야하는 문제점이 대두되었다.

정부는 이런 현상을 방지하고자 가락동도매시장에서 이루어진 농수산물의 경매가격을 실시간으로 공개토록 하고 전국 농수산물도매시장 거래가격에 차이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여 서울로 집중되는 농수산물이 지방으로 분산될 수 있도록 하였다.

이와 함께, 도매시장의 기능을 보완해 소비자가 조금 더 저렴한 가격에 신선농수산물을 구입할 수 있도록“농수산물 직거래”체계를 도입하고, 버스터미널, 경마공원 등의 공공장소를 활용하여 소비자가 손쉽게 구매할 수 있도록 하였다. 한편, 일정 지역을 중심으로 반경 50Km이내에서 생산된 농산물은 동일 지역에서 소비될 수 있도록 “로컬 푸드 직매장”을 도입하여 생산농가가 직접 자신이 생산한 농수산물을 판매하는 장을 마련하였다. 생산농가는 운송비 등의 절감 효과를 보고, 소비자는 거주 지역 내에서 생산된 안전한 농산물을 저렴한 가격에 구매하는 이점이 있다.

산지조직을 통한 출하물량의 규모화 체계 구축, 2000년대부터 대형소매유통업체의 등장에 따른 산지와의 직거래 확대, IT발전에 따른 인터넷 및 SNS 거래 등 사회·경제 환경이 변화되면서 최근 도매시장의 기능과 역할이 다소 위축되고, 일부 산지에 위치한 도매시장은 도매시장 건설시 설정한 거래물량 목표를 30%도 달성하지 못하는 곳이 발생하고 있다.

몇 년 전부터 서울 가락동도매시장의 재건축 등 공영도매시장 중 시설이 노후화된 도매시장에 대해 시설 개보수를 진행하고 있다. 유통환경의 변화를 맞아 시설의 개보수를 차원을 넘어 기능이 미약해진 도매시장에 대하여는 농수산물의 집하를 통해 포장, 선별, 저장, 분산 등을 위한 물류시설로 전환, 가공시설의 보완설치 운영, 유럽과 같은 농수산가공식품의 취급 허용 등 도매시장의 효과성과 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 체계를 도입해 볼 필요가 있다고 본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유통교육원 연구위원 최대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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