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맞이에 한창인 5월의 어느 날, 경기도 이천시 모가면 진상미로에 있는‘서경들마을’을 다녀왔다.

이천은 예부터 경기 동남부에 위치한 비옥하고 풍요로운 지역이다. 임금님께 진상하는 쌀과 꿀처럼 달콤한 복숭아, 세계적인 품질의 도자기, 온천과 첨단산업이 조화를 이루는 살기 좋은 고장이다.

그중 서경리는 최고의 명품 쌀과 고품질의 메주콩(대풍콩)으로 만든 두부·장류가 맛좋기로 이름난 곳이다.

마을 어귀에 도착하니 관광버스에서 쏟아져 나온 초등학생들의 신나는 목소리가 마을을 가득 채웠다. 딸기 따기 체험을 위해 하우스로 이동하니 이미 체험 나온 아이들이 저마다 박스를 들고 먹고 따느라 여념이 없었다. 투명한 박스 한가득 새빨간 딸기가 먹음직스럽게 보였다. 과육은 싱싱했고, 과즙은 달콤했다. 피곤이 확 풀리는 느낌이었다.

■ 2013년 초·중·고 인성 함양 위한 '농어촌인성학교' 지정

“체험마을을 시작한 지 6년째 돼요. 2011년 농림부가 농촌체험휴양마을로 지정했고요. 2013년에는 농림부 지정 농어촌인성학교로 지정돼 체험활동이 본격적으로 시작됐어요.”

밀짚모자를 쓴 앳된 외모의 서미리 사무장(43)의 말이다. 그녀의 마을 자랑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주민 모두 콩 생산을 하고 장을 담그니 사이가 돈독하고 유대감과 결속력이 커요. 게다가 장류 생산을 20년 넘게 했기 때문에 장맛이 좋고, 서경들영농조합법인에서 콩을 20% 정도 높게 수매하기 때문에 마음 놓고 재배에 집중할 수 있다는 점도 우리 마을의 큰 장점이에요.”

요즘 주부들은 장을 담그지 않아 주부를 위한 장 담그기 체험을 하기도 하고 아예 장을 담가 달라고 주문이 들어오기도 해 콩을 이용한 고부가가치 아이템은 무궁무진하다고 서 사무장은 말했다.

인터넷과 통신판매를 통한 제품판매는 물론 손수 만든 두부로 식당을 운영하기도 하는 등 서경들마을은 풍요와 여유로움이 가득 묻어나는 곳이었다.

서경들영농조합법인은 1년 임대료 1200만 원을 마을에 지급하고 체험 수익금 중 600만 원을 마을 어르신들의 복지와 동아리 활동을 위해 사용한다. 어르신 돌보미 서비스도 계획하고 지원할 예정이다.

“작년에 1만5,000명 정도 체험객이 방문했어요. 인기 있는 체험은 딸기 따기, 손두부 만들기, 인절미 만들기, 청국장 만들기, 도자기 만들기 등이고 계절에 따라 조금씩 변하지만 만족도가 높은 편이에요”

“4년 동안 체험마을 사무장을 하면서 재방문하는 분들을 볼 때 큰 보람을 느껴요. 한 해 한 해 마을이 달라지고 발전하는 모습을 보고 좋아들 하실 때 역시 마찬가지이고요. 혼자 사무장 일을 하다 보면 힘들 때가 있는데 그때마다 어르신들께서 잘 도와주세요. 그럴 때 힘이 많이 나요.”

어려운 점은 주민 고령화로 일손이 부족할 때가 많은데 그때마다 외부에서 인력을 수급해야 하는 일이 쉽지 않다고 했다.

“장 담그는 일이나 체험객을 위해 음식을 준비하는 등 일손이 많이 필요할 때 고령인 어르신들이 지속적으로 일하시기가 힘들 때가 많아요. 그럴 때는 젊은 인력이 많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요.”

■“콩의 성장 관찰하는 지속적인 체험 필요”

아이들의 재잘거리는 소리가 잦아들었다. 모두 손두부 체험장으로 이동했다. 체험장 테이블 위에는 1인 손두부 체험키트가 들어 있었다. 아이들은 체험 도우미의 설명에 따라 반조리된 손두부를 열심히 만들었다.

“마을이 홍보가 더 잘돼 저희가 만든 우수한 장류 제품이 사람들의 사랑을 더 많이 받고 더불어 체험을 통해 친숙한 농촌이 돼 힐링과 재미를 다 가져다 주는 명소가 됐으면 좋겠어요.”

서 사무장은 서경들마을 체험프로그램을 더욱 특화하고 싶다고 말했다.

“장 담그기를 통해 우리 고유의 슬로푸드 우수성을 아이들에게 알려주고 싶어요. 콩의 재배과정을 체험객들이 지속적으로 볼 수 있도록 연속성을 가진 체험 스타일을 새롭게 만드는 방법도 생각 중입니다.”

이날 서경들마을을 찾은 아이들은 딸기를 따고 점심을 먹고 손두부를 만들고 전통놀이를 하며 하루 종일 신나게 즐기고 놀았다. 1인당 체험비는 1만8,000원. 단체 신청 시 원하는 체험으로 다양하게 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다고 한다.

이날 용인 석현초등학교 백정민(여·11) 학생은 “딸기를 별로 좋아하지 않았는데 직접 와 따서 먹어보니 정말 맛있었다. 반 친구들과 좋은 추억을 만들고 간다. 엄마한테 자랑할 것”이라고 말했다.

석현초 이상민(33) 교사는 “아이들이 농민들이 힘들게 일하시는 것을 잘 모르고 자라는데 이런 체험을 통해 수확하는 노고나 어려움을 조금이나마 깨달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농촌은 지금도 진화하고 있다. 비록 고령화로 인한 어려움은 존재하지만 서경들마을을 보니 그런 걱정은 기우라는 것을 깨달았다. 활기차고 젊은 인력이 조금만 더 확보된다면 건강하고 생기 있는 힐링의 명소로 자리매김할 것이다.

우리 땅에서 자란 질 좋은 농산물을 먹고 수확하는 기쁨을 아이들에게 직접 물려주는 스마트한 소비를 농촌체험마을에서 해보면 좋겠다. 농촌이 지금 우리를 부른다.

■ 서경들마을

주소:경기도 이천시 모가면 서경리 327-7
031-634-1089 / www.seogyeong.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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