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시흥에 자리 잡은 도일시장은 아직도 5일장의 전통을 이어가고 있는 도심 속의 시골 같은 곳이다.

찾아오는 발길이 점점 줄어들어 쇠락해가던 이 곳에 어느 날, 눈길을 끄는 젊은 부부가 나타났다. 바로 박문영(46) 씨와 그의 프랑스인 아내 아마릴리스(41)다.

 '봉주르!' 라는 경쾌한 인사로 손님을 맞는 빵집 주인 아마릴리스..한때 그녀는 사진작가를 꿈꾸던 파리지앵이었다.

그녀의 운명을 바꿔준 인연은 20여 년 전에 나타났다.

아마릴리스는 낯선 프랑스에서 힘들게 적응하고 있던 유학생 박문영(46) 씨를 만나게 됐고, 다정하고 친절한 그에게 빠져 들었다.

5년 후, 박문영 씨는 개인적인 사정으로 한국으로 돌아와야 했고 아마릴리스에겐 그리움의 시간이 쌓여 갔다.

결국 아마릴리스는 문영 씨를 잊지 못해 오직 사랑 하나만 믿고 낯선 한국으로 날아왔다.

부부는 한국에서 사진작가로 활동하며 딸 미야(6)도 낳았다. 하지만 경제적인 어려움 등 현실의 벽과 마주하면서 사진이라는 꿈만 좇을 수는 없게 됐다.

고민 끝에 프랑스의 맛을 한국에 알리고 싶어 했던 아마 씨의 뜻에 따라 도일시장 안에 프랑스 빵집을 열었다.

비교적 적은 비용으로 가게를 차릴 수 있다는 것도 좋았지만 시골의 정취가 남아있는 분위기도 부부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쇠락해가던 시장은 부부가 빵집을 열면서 한층 활기차고 생기 넘치는 공간으로 바뀌고 있다.

시장 사람들에게 이들 부부는 시장 살리기의 일등공신인 셈....이에 이웃들도 한때 번영을 누렸던 도일시장의 명성을 되찾기 위해 팔을 걷어붙였다.

# 아줌마가 된 파리지엔느 

이웃들이 '아마 씨'라고 부르는 아마릴리스...처음 한국에 왔을 때는 언어, 문화적 차이로 인한 어려움도 겪었다.

낯선 생활에 빠르게 적응하기 위해 한국말과 한국 문화를 공부한 덕분에 이제 누구보다 한국을 잘 이해하고 목소리만 들어서는 ‘한국사람 아니에요?’라는 소리를 들을 정도로 한국말도 능숙하게 할 수 있게 됐다.

또 가까이 사시는 시부모님께는 김치찌개, 청국장도 척척 요리해 드리는 누구보다도 야무지고 친근한 며느리다.

세련되고 도시적인 것보다는 시장 안의 정겹고 시골의 정취가 남아있는 모습이 더 좋다는 아마릴리스, 오늘도 시장사람들과 한 판 수다도 불사하는 한국 아줌마가 다 됐다!

# 든든한 나의 부모님

시장 이웃들에게 푸근한 미소를 띠며 먼저 다가가는 아마 씨.

이런 아마 씨의 긍정적이고 순수한 모습 뒤에는  늘 딸을 믿어주고 지지해준 부모님이 있다.

문영 씨가 있는 한국으로 가겠다고 했을 때도 부모님은 딸을 걱정하고 만류하기보다는 그 선택을 존중해 주었다.

또 사진밖에 모르던 부부가 빵집을 차리겠다고 하자, 프랑스에서 날아와 인테리어를 돕고 레시피를 전수해 주는 등 온갖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딸이 살아가고 있는 한국을 더 사랑하기 위해 매년 한국을 찾는 부모님은 그때마다 시장 사람들과도 이웃처럼 소통하며 특유의 친화력을 보여주곤 한다.

이웃과 정이 사라져가는 각박하고 분주한 현실, 하지만 도일시장에 가면 사람들과 소통하며 행복을 전해주는 아마릴리스의 빵집을 찾아가 본다.

KBS1-TV (2017년 5/22 ~ 5/26 방송)

<3부 줄거리>25일 방송

아마릴리스의 부모님이 프랑스에서 딸을 보기 위해 한국을 찾았고 가족들은 반가워 어쩔 줄 모른다.

이 소식을 들은 아마릴리스의 시부모님은 사돈을 위해 정성을 담아 한 상 가득 준비한다.

다음 날, 아버지와 함께 출근하는 아마릴리스의 가벼운 발걸음과는 달리

빵집에서 반죽을 하던 문영 씨의 표정은 무겁기만 한데...

 
연출 :  김민정

글 :  정수연

촬영 :  남용준, 박승국

조연출 :  이상준

취재작가 :  곽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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