道, 신종감염병 대응 위한 감염병관리정보시스템 구축

"봄철을 맞아 아이들을 대상으로 A형 감염과 수두 발생이 증가하고 있습니다. 빠른 대책 마련이 필요합니다."

지난 24일 오전 9시 30분 경기도 감염병관리과 사무실에서 진행된 감염병관리정보시스템 시연 현장. 분당 서울대병원 긴급 상황실에서 화상으로 회의에 참석한 이희영 감염병관리지원단장은 도내 감염병 현안에 대해서 이렇게 보고했다.

이날 화상회의는 이재율 경기도 행정1부지사와 이희영 감염병관리지원단장, 김용숙 도의료원 안성병원장, 김유연 양주시보건소 보건행정과장이 참석한 가운데 경기도가 마련한 감염병관리정보시스템을 시연하기 위해 마련됐다.

경기도 감염병관리정보시스템은 메르스와 같은 신종 감염병 발생 시 현장에 있지 않아도 영상을 통해 수십 명의 전문가가 동시에 환자를 진단하고, 대응책을 마련할 수 있는 집단 화상회의 시스템이다.

이 시스템은 지난 2015년 메르스 발생 당시 정부와 지자체, 민간의료기관 등 관련기관 간 소통 부재와 투명한 정보 공개 부족으로 국민의 불안감을 가중시켰다는 지적에 따라 구축됐다.

이를 위해 도는 약 7억5,000만 원의 예산을 투입해, 오는 5월부터 본격적인 운영에 들어갈 계획이다.

조정옥 도 감염병관리과장은 “메르스 발생 당시 경기도의 특성상 관련자들이 서로 멀리 떨어져 있어 정보 공유나 대책회의 개최에 어려움이 많았다”며 “이 시스템은 언제 어디서든 영상통화가 가능한 모바일 기기만 있으면 회의가 가능해 신속한 위기대응을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감염병관리정보시스템의 기능은 크게 3가지로 위기대응 화상회의, 감염병관리 담당자 간 협력 채널, 감염병 정보 공개 기능 등이다.

먼저 위기대응 화상회의 기능은 환자와의 접근이 불가능한 감염병의 특성을 고려한 소통프로그램이다. 감염병 발생 등 위기 상황이 발생할 경우 환자나 현장에 있는 사람이 경기도에 신고를 하면 이 시스템이 가동된다.

도와 감염병관리지원단은 관련 전문가와 질병관리 담당자에게 문자로 상황발생을 알린 후 영상장비가 장착된 PC 또는 모바일 기기로 접속해 동시에 화상회의를 진행할 수 있다.

조정옥 과장은 “장비 1개당 총 90명의 접속이 가능한데 도는 현재 2개의 장비를 보유하고 있어 최대 180명까지 집단회의에 참가할 수 있다”며 “참가자들은 영상으로 환자 상태를 확인하고, 각 기관 간 환자 현황, 치료시설 현황 등을 공유하며 대책을 수립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감염병관리정보시스템 운영은 분당 서울대병원에 위치한 경기도 감염병관리지원단에서 담당한다.

감염병관리 담당자 간 협력 채널은 일종의 업무용 메신저와 게시판 기능을 합친 것으로 역학조사 요청이나 결과 공유 등 민간의료기관과 감염병관리 담당자 간 소통창구 역할이다.

마지막으로 감염병 발생 상황과 대처 방법 등을 국민에게 알리는 감염병정보 공개 기능은 경기도 감염병관리지원단 홈페이지(www.gidcc.or.kr)에 마련됐다.

이날 감염병관리과 사무실에서 영상으로 회의에 참여한 이재율 부지사는 현장의 의료진들에게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감염병이나 급식 관련 식중독 발생 현황을 물으며 “도와 의료원, 시·군 보건소 등 현장 관리자들이 이렇게 화상으로 함께 회의를 하니 좋다. 메르스 사태 당시 이 시설이 구축됐으면 소통이 훨씬 편했을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결국 예방이 최선이다. 감염병 발생 후 대책을 논의하기보다 예방 차원에서 자주 모여서 회의를 했으면 좋겠다”며 “1,300만 도민들이 감염병과 관련 민-관-시·군이 함께 대응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면 지금보다 훨씬 든든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집단 화상회의는 도내 감염병 현황 체크과 함께 현장 근무자들의 애로사항을 청취하는 시간도 가졌다.

이희영 감염병관리지원단장은 “경기도가 전국 최초로 감염병관리지원단을 분당 서울대병원에 구축했다”며 “문제는 분당에 마련된 지원단에서 경기도의 모든 지역을 담당하다보니 업무적으로 과부하의 우려가 있다. 도내 넓은 지역을 효과적으로 관리하기 위해서는 2개소의 지원단이 추가로 설치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정은 양주시보건소 감염병팀장도 “최근 메르스와 AI 사태를 겪는 동안 현장 담당자들은 질병관리본부에만 매달려야 했다”며 “문제는 본부가 지리적으로 멀리 떨어져 있고 관할하는 구역도 많다보니 발 빠르게 대응하는데 어려움이 많았다”고 말했다.

이어 “이런 상황에서 경기도가 감염병관리정보시스템을 구축해 모바일로도 수시로 회의를 진행할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며 “앞으로도 경기도 감염병관리과가 전문적인 영역에서 지원을 펼쳐줬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이에 이재율 부지사는 “경기도는 민·관네트워크의 적극적인 협력을 통해 메르스 사태를 빠르게 극복해 좋은 선례를 남겼다”며 “감염병관리정보시스템을 활용해 타 시도에 모범이 되는 감염병 관리체계를 구축하겠다”고 답변했다.

한편, 도는 감염병관리정보시스템 구축에 앞서 지난 18일부터 3일간 도내 43개 보건소와 민간의료기관 담당자 100여명을 대상으로 사용자 교육을 실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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