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동네 이름인 당수(棠樹)’라는 말은 ‘아가위나무(산사나무)’를 뜻해요. ‘샘’이라는 이름을 붙인 것은 산사나무 숲 속에 아이들을 위한 지혜의 샘, 지식과 사랑의 샘터가 만들어지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았습니다."

수원 당수샘어린이도서관 김동이(47. 수원 제자로교회 목사) 관장은 도서관 이름에 대해 이같이 설명했다.

지난 21일 수원시 권선구 당진로 15번길 54(당수동) 당수샘어린이도서관으로 발길을 옮겼다.

◇ 문화불모지 당수동에 ‘작은 문화공간’이 생기다

수원시 당수동은 1994년 화성군 반월면의 일부지역에서 수원시 권선구 입북동으로 편입돼 개칭된 동네다. 지역 주요기관으로 aT농식품유통교육원, 한국인삼연초연구원 수원시험장이 있고, 당수초등학교 등이 위치해 있다.

당수동은 수원시 중심지를 벗어난 곳이어서 지역주민들이 불편을 겪는 점도 여럿 있다고 한다. 특히 법정동 이름이 당수동이지만 행정동은 인근 입북동에서 담당하기에 지역주민들이 행정서비스를 받기 위해선 길 건너 입북동사무소로 가야 한다고 한다.

2016년 5월 9일 당수동에 작은 문화공간이 생겼다. ‘당수샘어린이도서관’이 바로 그곳. 이 작은도서관이 생기게 된 이유도 ‘문화 불모지’로 불리는 당수동에 문화 에너지를 불어 넣기 위해서였다고.

김동이 관장은 “우리 도서관은 지역에 나눔과 실천을 하자는 취지에서 설립됐다”며 “교회에서 먼저 (작은도서관 개관을) 제안했고, 교인들이 동의를 하면서 이곳에 설립했는데, 어떻게 하면 문화의 불모지인 이 지역에 좋은 영향을 끼칠까 하는 생각에서 여러 사람이 뜻을 모았다”고 설명했다.

당수샘어린이도서관은 20여 평 규모에 어린이 역사, 기술과학, 인문?사회, 학습만화, 성인 등의 코너로 구성됐다. 소장도서 수는 6,000여 권이다. 도서관 개관을 위해 교회 차원에서 일부 구매를 하고, 지역주민들이 많은 양의 도서를 기증했다고 한다.

작은도서관에서는 어머니들의 재능기부 프로그램, 아이들을 위한 독서통장 제도 도입, 논술교실, 멘토링 등이 진행된다. 특히 그림책 스터디를 통해 사서(司書) 자원봉사자들이 그림책 자격증을 이수하기도 했다고.

도서관 실무담당자 박정아(39·여·수원 당수동) 씨는 “독서통장은 아이들의 도서관 이용도를 높이기 위해 진행했다”며 “아이들이 통장에 짧은 감상문을 쓰고 도장을 찍는 것 때문에 독서에 재미를 붙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도서관을 개관하면서 주안점을 둔 것 중 하나는 종교적 색채를 없애는 일이었다. 운영주체가 교회라고 하면 이용에 불편을 느끼는 주민들이 있을 수 있어 이에 주의를 기울였다.

또 하나는 도서관이 당수동의 중심 문화공간으로 자리 잡도록 하는 것이었다.

“수원시에서 당수동의 위치가 섬과 같다 보니 문화적인 공간이 별로 없어요. 이 도서관이 유일하다고 할 수 있는데, 작년 여름, 당수초등학교에서 냉난방 공사로 방학이 무려 2달 가까이 되면서 그 기간동안 학교 내부가 출입 통제돼 아이들이 학교 도서관조차 이용할 수 없을때, 여기가 인산인해를 이뤘어요.”

김 관장은 “교회목사로서 지금 시대의 문제점을 극복해보고 싶었다”며 “종교를 떠나 울타리를 트고 소통하는 회복의 공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며 도서관 건립 배경을 설명했다.

◇ 작은도서관의 기능은 '나눔과 공유'

김동이 관장과 도서관 실무담당자 박정아 씨가 도서관 운영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작은도서관진흥법'에 따르면 작은도서관은 국민의 지식정보 접근성을 높이고 생활친화적 도서관문화의 향상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 또한 주민의 참여와 자치를 기반으로 지역사회의 생활문화 향상에 이바지할 수 있도록 운영해야 한다.

현대사회에서 작은도서관은 공간을 함께 나누고 공유한다는 점에서 의미를 찾을 수 있다. 개인주의가 팽배한 사회에서 상실된 관계를 회복하는 데 도움이 되기 때문.

당수동에 작은도서관이 생기면서 동네 분위기도 좋아졌다고 한다.

도서관 실무담당자 박정아 씨는 “작은도서관이 생겨서 굉장히 이슈가 되고, 감사하다는 지역주민들의 목소리도 들을 수 있었다”고 소개했다.

김동이 관장은 “이 지역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의 위기는 공동체의 결여가 큰 원인인 것 같다”며 “지역주민들이 이곳에 와서 서로 공동체성을 나누고 같이 이야기도 하고 여러 활동을 함께하면서 옛날의 촌동네와 같은 정다움을 키워 갔으면 하는 작은 바람이 있다”고 강조했다.

올해 당수샘어린이도서관은 따복공동체 주민제안공모사업(공간 활용 분야)에 선정돼 경기도 지원을 받게 됐다. 이에 따라 개관 1주년이 되는 오는 5월부터 독서지도·컴퓨터활용·미술심리 등의 새로운 프로그램을 계획 중이다.

■ 수원 당수샘어린이도서관 김동이 관장 미니인터뷰 

*당수샘어린이도서관은?

△ 당수샘어린이도서관은 ‘부자’가 되는 곳이다. 부자라는 것은 많이 쌓아두는 것이 아니라 나누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정말 좋은 것을 나눌 수 있어야 하는데, 요즘 세상에서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다 보니 줄 만한 여유가 적은 것 같다. 나눔을 통해 많은 걸 배울 수 있다.

*당수샘어린이도서관의 특별한 프로그램은.

△ 작년에 처음 도서관을 문 열면서 아이들과 함께 좋은 독서운동을 벌이자는 차원에서 ‘독서통장’을 만들었다. 아이들이 와서 책을 읽으면 나눠준 독서통장에 읽은 것을 기록하고 200권 이상 책을 읽은 아이들에게 시상을 해주는 것이다. 필기구 같은 것을 선물로 준비하고 있다.

*이곳이 많은 이들에게 어떤 곳으로 기억되길 희망하는지.

△ 사람들의 변화는 작은 것에서 시작된다고 생각한다. 많은 사람들이 큰 것만을 보고 추구하는데, 사실 그때 작은 것에 대한 중요함과 생명성을 잘 못 보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작은 것에서 변화가 일어나는 ‘작은도서관’으로 기억됐으면 한다.

특히 아이들이 이곳에 와서 쉼을 얻고, 지혜를 얻고, 비전을 얻고 꿈을 이뤄 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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