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하면 로맨스고 남이하면 불륜이라 했던가. 지난 2년 간의 채인석 화성시장의 행보를 들여다 보면 안타깝기 그지 없다. 그의 아전인수(我田引水)식 발상 때문이다.

'소통'을 해석하는 것도 그렇거니와 전임 시장의 전횡을 논하는 그의 모습도 그렇다. 최근 돔구장 건립 발표는 그의 아전인수에 정점을 찍었다.

지난 2010년 7월 화성시장 취임 직후부터 그는 '대표시민', '대표사원'이라며 스스로를 낮췄다. 그러면서 소통을 강조했다. 시민과의 소통 그리고 공직자와의 소통을 뜻했다. 당시 허위경력기재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던 상황이었지만 때묻지 않은 소통법을 무기로 들고 나온 그는 참신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그가 강조한 소통은 말 뿐이었음을 그 스스로가 확인시켰다. 2년이 지난 지금 그를 대표시민이라고 부르는 시민은 찾아 볼 수 없고 또 그의 면전에서 그를 대표사원이라고 부르는 시 공직자도 물론 없다. 이는 진정한 '대표시민', '대표사원'으로 소통하지 못했다는 반증이다.

하지만 그는 대중앞에 설 때면 여전히 '대표시민', '대표사원'을 자칭하고 있다. 특히 언론을 접할때면 이를 더욱 강조한다. 며칠전 있던 취임 2주년 기자회견장에서도 그는 아무렇지도 않게 자신을 대표사원이라고 칭했다. 아무도 공감하지 않는 '대표시민', '대표사원'임을 그 혼자만 모르는 모양이다.

전임 시장의 전횡을 논하는 모습도 위와 같은 맥락이다. 물론 전임시장과는 정당이 다르고 정책도 다르기에 정치적 견해차이를 이야기하거나 비판할 수 있다. 하지만 민선4기 시절 '시장 1인에게 모든 권한이 집중돼 모든 일을 그르쳤다'는 채 시장의 지적은 좀 처럼 와닿지 않는다. 민선5기도 시장에게 권한이 집중돼 있긴 마찬가지인 이유에서다.

공무원 한마음 체육대회, 창의지성교육 구축사업, 공감 잃은 인사 등이 어떻게 강행됐는지 그 내막을 들여다보면 전임 시장을 탓할 입장이 못된다는 평이 지배적이다. 오히려 전임시장보다 더 심각하다고 말하는 공직자들이 태반이다. 때문에 공직자들 사이에서는 그 어떤 충언도 통하지 않는다는 말이 공공연히 나도는 실정이다.

지난 9일 취임 2주년을 기념해 발표한 돔구장 건립계획은 그의 아전인수격 시정운영의 결정판이 됐다. 그는 취임초부터 향남에 건립된 종합경기타운의 예산낭비 사례를 끊임 없이 질타해왔다. 종합경기타운은 채 시장이 읍·면·동 순시 시정설명회 때마다 전임시장을 평하는 단골메뉴로 등장했다. 그에게 종합경기타운은 시 재정위기를 초래한 원흉이자 그릇된 행정의 상징물이었다.

그러던 그가 이젠 동탄2신도시에 건립비용만 4000억원으로 추산되는 돔구장을 짓겠다고 나섰다. 그것도 LH와 국토부 등 핵심기관과 협의된 내용도 없이 말이다. 땅을 확실히 확보해 놓은 상태도 아니고 프로야구 10구단 유치나 민간투자에 대한 확신이 서있는 것도 아닌 상황이지만 그는 일단 내 질렀다. 그리고는 "WBC를 유치할 수 있는 대한민국 유일의 야구장이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이를 접한 이들은 말한다. "종합경기타운이나 돔구장이나 다른 게 뭐냐"고. 또  "새 운동장 운운할 게 아니라 기존 운동장을 살리는데 더 고심해야 한다"고. 하지만 새로이 돔구장을 추진하는 채 시장은 신이 났다. 과거 종합경기타운의 문제점을 지적할 때도 그는 신이 났었다. 채 시장에게 종합경기타운은 불륜이고 돔구장은 로맨스인 이유에서다.

채 시장에게 묻고 싶다. 과거 전임시장의 로맨스였던 종합경기타운이 현재 불륜이 된 것처럼 현재 로맨스인 돔구장이 미래의 불륜이 되는 상황을 되풀이 하는 것은 아닌지…. 그리고 당부하고 싶다. 50만 화성의 대표시민이자 1500여 공직자의 대표사원으로서 지난 2년을 돌아보고 앞으로의 2년을 구상할 때 후세에 불륜이 될 수 있다고 판단되는 모든 일에 대해 욕심내지 말고 내려 놓기를….

최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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