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전반의 다양한 문제점들을 찾아 집중 취재 재조명해 시청자들의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SBS 대표 시사고발 프로그램 '그것이 알고 싶다'가 25년만에 위작 논란에 종지부를 찍은 천경자 화백의 '미인도'에 대해 집중 취재해 네티즌들의 관심이 쏟아지고 있다.

21일 방송된 SBS '그것이 알고싶다'에서 '암살범의 압수리스트-미인도와 김재규'에 대한 내용이 전파를 탔다.

이날 방송에서는 위작 논란에 휘말렸던 고(故) 천경자 화백 '미인도'가 고(故) 김재규 전 중앙본부장의 것이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검찰은 지난 12월 19일 미인도가 1980년 계엄사령부가 당시 정보부장이었던 김모 씨로부터 헌납 받아 재무부, 문화공보부를 거쳐 국립현대미술관에 최종 이관된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미인도'의 진위 여부를 위해 감정을 진행한 결과 프랑스 감정기관인 뤼미에르 테크놀로지는 위작으로, 국내 검찰과 국과수는 진품으로 발표했다.

하지만 천경자 화백은 생전 "허깨비 같고 기가 막히다. 가짜라고 악을 썼다"며 미인도가 가짜라고 주장했다.

위작 논란은 지난 1990년 국립현대미술관이 미인도를 전시하면서 시작됐다. 1년 뒤 그림의 존재를 안 천경자 화백은 "내가 즐겨 그리는 꽃의 하나다. 그걸 보니까 뭐랄까 테크닉이 더덕더덕돼있다"고 말했다.

김종근 평론가는 "선생님이 '내 작품이 아닌데 내 작품으로 둔갑돼 전시되고 있다. 자존심 상하고 고통스럽고 견딜 수 없다'고 하셨다"고 회상했다.

미술관 측은 신용도 추락을 우려하며 난감해 했다. 당시 한국화랑협회에 감정을 의뢰했고 화랑협회 측은 "만장일치 진품으로 나왔다"고 말했다. 그러나 당시 감정에 참여했던 공창호씨는 "아니라고 했는데 안 본걸로 해달라고 하더라"고 밝혔다.

이후 천경자 화백은 자신의 그림도 못 알아보는 사람이 됐고 그는 자신의 그림을 기부한 후 미국으로 떠나버렸다. 천경자 화백의 죽음과 함께 다시 미인도가 논란에 휩싸였고 천화백의 딸은 검찰에 국립현대미술관을 고소했다. 검찰에 대한 유족의 기대는 컸지만 수사 결과는 예상과 달랐다.

1979년 10월 26일 서울 종로구 궁정동 중앙정보부 안가에서 중앙정보부 부장 김재규가 대통령 박정희를 살해한 10.26 사건이 발생한다.

전두환을 필두로 한 당시 신군부는 김재규에 대해 대통령 살해혐의와 별도로 그의 보문동 자택에서 고미술품, 귀금속을 포함한 고서화 100여 점이 발견됐다고 밝히고 그를 부정축재자로 발표했다.

'그것이 알고 싶다'에 따르면 김재규의 모든 재산은 기부채납형식으로 국가에 환수됐고, 그가 모은 고가 미술품 속에 1977년 작으로 표기된 故 천경자 화백의 '미인도'가 있었다는 것이다.

'그것이 알고 싶다' 제작진이 총 다섯 장으로 이루어진 김재규 환수재산목록을 입수해 확인한 결과, 문서에는 천경자의 미인도를 포함해 총 155개의 압수 물품이 적혀 있었다.

이날 방송에서는 검찰이 국립현대미술관으로 '미인도'가 이관됐다는 소장이력을 근거로 작품이 진작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검찰은 '미인도'가 과거 김재규의 보문동 자택 응접실 벽면에 '미인도'가 걸려있던 것을 본적이 있다는 미술전문가 김 모 씨의 진술과 '미인도'가 집에 있었다는 유족들의 진술이 일치한다는 점을 들어 '미인도'가 진작임을 재차 강조했다.

최광진 평론는 '미인도'가 위작이라고 판단했다. 그는 "당시 천화백은 우주소녀를 모티브로 작품 속 인물의 눈빛을 표현했다"면서 "미인도의 눈은 우울하고 슬프고 약간 졸린 것 같다. 힘이 없다. 천화백이 추구했던 정신세계와 다르다"고 설명했다.

프랑스 뤼미에르사도 '미인도'의 흰자위를 다른 천 화백의 작품과 비교했을 때 절반가량 두께가 낮다고 분석했다.

제작진과 만난 김재규 前 중앙정보부장 유족들과 김 前 부장의 보문동 자택 개인 비서였던 최종대 씨와의 인터뷰 내용에 따르면 당시 신군부는 김재규를 부정축재자로 몰아야 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그것이 알고 싶다'는 작품 진위 논란에 대해 "결국 다시 제자리. 미인도가 진짜라는 완벽한 근거는 여전히 존재하지 않다"고 말했다.

제작진은 이어 "김재규 환수재산목록에 적혀 있던 작품 리스트를 자세히 알아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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