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13일 박근혜 대통령과 최순실 씨의 공모관계를 입증할 증거를 무더기로 쏟아내면서 탄핵심판의 고삐를 바짝 당기고 있는 가운데 핵심증인인 고영태 씨 등 관계자들이 잠적하면서 탄핵심판이 지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일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김세윤) 심리로 13일 열린 최순실씨 국정농단 3회 공판에서 검찰은 더블루K에서 일한 유모씨에게서 임의제출받은 사업 관련 기획보고서 성격의 문건을 공개했다.

자료를 보면 최 씨는 류 전 부장에게 미르·K스포츠재단의 지주회사 설립을 지시했고, 류 전 부장은 회사 이름 후보를 '위드블루', '인투리스', '세운블루'로 해서 보고했다. 최 씨는 이중 인투리스를 선택했다.

인투리스 조직구도안에는 그 계열사로 미르·K스포츠재단과 함께 더블루K가 포함됐고, 인투리스의 회장은 최 씨로 돼 있다.

검찰은 인투리스 내에는 통합전략사업기획본부가 있는데, 각 계열사의 추진 사업을 종합적으로 검토하고 전략을 수립하는 핵심본부라고 설명했다.

검찰은 이 같은 증거를 공개하면서 "모두 최순실 씨가 장악해서 사유화하고 미르·K스포츠재단이 추진하는 일에 대해 더블루K가 이권을 챙기려고 한 것이 명확하게 드러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최씨 측 변호인은 "미르는 차은택, K스포츠는 고영태가 중심"이라며 "이들은 직책은 없지만 자신의 측근을 재단의 자리에 앉혀 일을 도모하려 했다"고 주장했다.

특히 고영태에 대해선 "더블루케이의 실질적 오너로, 최씨를 이용하려고 끌어들인 것"이라고 주장했다.

최씨 측 변호인인 이경재 변호사는 "최씨는 승마 외에는 문화·체육에 문외한"이라며 "최씨는 차은택이 추천한 인사를 청와대에 전달했을 뿐, 차씨와 그의 지인들에 의해 미르 재단의 임원들이 작성됐다"고 말했다.

특히 이 변호사는 "미르 재단 주역들은 차은택의 지인들이고 그가 추천한 사람들이다. 미르 사업계획도 모두 차은택과 그의 지인들이 작성했다"며 "최씨는 차은택이 추천한 인사들을 청와대에 전달했을 뿐"이라고 선을 그었다.

K스포츠재단에 대해서도 "실무진인 노승일, 박헌영 등은 고영태의 한국체대 선후배로 그가 추천해서 재단에 전달했다"며 "최씨는 인사결정권자가 아니었다"고 재차 말했다.

이같은 중요한 시기에 17일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심판 사건 6차 변론기일에 증인으로 채택된 가장 핵심 인물인 고영태 전 더블루케이 이사와 류상영 과장이 잠적했다.

헌재 관계자는 13일 "증인신문이 예정된 이들에게 우편을 보냈지만 이사한 것으로 확인돼 반송됐다"면서 "관할 경찰서에 소재탐지를 요청했다“고 밝혔다.

헌재측은 "집배원이 우편배달을 갔는데 고영태씨가 '이사를 갔다'고 했고, 류씨는 회사 주소를 제출했고 이사갔다고 한다"며 "이사간 주소지를 모르니 주민센터를 통해 주소지를 확인했고, 관할 경찰서에 탐지해달라고 요청한 것"이라 설명했다.

하지만 통상 소재 확인이 안 되는 경우가 많아 증인 출석 여부는 불투명한 상태며 헌재법상 증인이 출석 통지를 받지 못 하면 출석을 강제할 수 없다.

함께 6차 기일 증인으로 채택된 이승철 전경련 부회장은 불출석 사유서를 냈고 이재만 안봉근 전 비서관 역시 사실상 잠적한 상태다.

증언을 해줄 핵심 관계자들이 잇따라 잠적하면서 탄핵 심리가 지연될 수 있다는 우려가 일고 있는 가운데 고영태 씨가 태국에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13일 복수의 매체에 따르면 고영태씨의 측근은 한 매체와 인터뷰를 통해 "고영태가 최순실을 평가한 이후 언론의 중심선상에 놓이게 되자 이사를 하고 짐을 꾸려 친구가 있는 태국으로 건너갔다"라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고 씨의 지인은 이틀 전 고 씨가 전화를 해서 "불안해서 못살겠다. 살려달라고 울먹이면서 말을 하고 시끄러운 소리와 함께 갑자기 전화를 끊어 바로 이어 전화를 했으나 받지 않고 있다"면서 "무슨 일인가 알기 위해 고영태의 친구에게도 전화를 계속 걸었으나 현재까지 전화연결이 안되고 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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