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JTBC '뉴스룸'이 최순실 씨가 박근혜 대통령의 연설문을 미리 받아본 뒤 일부 수정했다는 보도와 관련 이원종 청와대 비서실장을 비롯해 일명 '문고리 3인방'의 국회 출석을 요구했다.

기동민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25일 국회 브리핑에서 "26일 열리는 운영위에는 이원종 비서실장과 거간 노릇 의혹을 받고 있는 안봉근 비서관, 매일 한 시간 이상 대통령과 얘기할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라는 정호성 비서관, 운영위에서 대통령과 최순실 씨가 친하지 않다고 위증한 이재만 비서관 등 소위 문고리 3인방이 반드시 출석해 국민적 의혹에 답해야 한다"고 밝혔다.

기 대변인은 "이번 사건은 청와대가 공적 시스템이 아닌, 측근과 비선 실세들에 의해 장악되고 농락당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심각한 사건"이라면서 "결코 있을 수 없는 국기문란 행위가 또 일어났지만, 청와대는 여전히 파악 중"이라 질책했다.

기 대변인은 "대통령께서 말씀하신 것처럼 '누구든지 부적절한 처신이 확인될 경우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일벌백계'로 조치해야 한다"며 "대통령도, 최순실 씨도, 참모진도 예외는 없다고 강조했다.

기 대변인은 특히 "대통령이 블랙홀이라며 일언지하에 잘라버렸던 개헌론을 부랴부랴 들고 나온 이유를 짐작할 수 있을 것 같다"며 "대통령은 개헌론 운운하기 전에 먼저 '최순실 게이트'에 대해 국민 앞에 고해성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기 대변인은 "청와대 눈치만 보며 미적대는 검찰에게도 경고한다. 더이상 미적댄다면 피의자들이 증거를 인멸하고 도피하도록 방조한 것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며 "압수수색과 피의자 소환 등 신속하고 엄정한 수사 진행을 촉구한다. 이는 최소한의 본분이자 국민에 대한 예의"라고 꼬집었다.

기 대변인은 "손바닥으로 진실을 가릴 수 없다"며 "청와대가 버티고, 검찰 수사가 미진하다면 특검과 청문회, 국정조사 등 특단의 수단이 동원될 수밖에 없다"며 "우리당은 민주공화국의 기본을 지키기 위해 싸울 것이다"라고 밝혔다.

JTBC '뉴스룸'은 지난 24일 최순실 씨가 박근혜 대통령의 연설문을 미리 받아본 뒤 일부 수정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JTBC는 이날 '뉴스룸'을 통해 최순실 씨의 PC에 들어 있는 파일 200여 개를 입수해 분석한 결과, 박 대통령의 연설문·국무회의 자료·대통령 당선 소감문 등 44개의 파일이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이날 '뉴스룸'에서 손석희 앵커는 "지난주 최순실 씨의 최측근이라고 하는 고영태 씨를 취재한 내용을 단독으로 보도했는데,'최순실 씨가 유일하게 잘하는 것이 대통령 연설문을 수정하는 것이다'는 내용이었다"면서 "(영태) 씨의 말을 보도한 배경에는 사실 또 다른 믿기 어려운 정황이 있기 때문이었다"며 최순실 씨의 PC에서 발견된 실제 문서를 공개했다.

이후 국민적 비난이 쏟아지자 박근혜 대통령은 하루만인 25일 긴급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하며 진화에 나섰다.

박 대통령은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치고 놀라고 마음 아프게 해 드린 점에 대해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국민 여러분께 깊이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최 씨는 과거 자신이 어려움을 겪을 때 도와준 인연으로, 선거 운동이 국민들에게 어떻게 전달되는지 개인적 의견이나 소감을 전달해주는 역할을 했다"고 밝혔다.

박 대통령은 이어 "취임 이후에도 일정 기간 동안 일부 자료에 대해 최 씨의 의견을 들은 적이 있으며 그런 상황은 청와대 보좌 체계가 완비되기 이전까지였다"면서 "청와대의 보좌 체계가 완비된 후에는 그만두었다. 좀 더 꼼꼼하게 챙겨 보고자 하는 순수한 마음으로 그랬다."고 설명했다.

심상정 정의당 상임대표는 이날 박근혜 대통령이 각종 연설문과 발언자료 등이 비선실세로 지목된 최순실씨에게 유출된 것과 관련 "이론적으로는 충분히 (탄핵이) 가능한 사안"이라고 말했다.

심 대표는 이날 오후 국회 정론관 기자회견 뒤 기자들과 만나 '국기문란이 탄핵소추 감으로 볼 수 있냐'는 물음에 이같이 답했다.

심 대표는 "만약 야당이 정권을 잡은 상황에서 이런 일이 발생했으면 새누리당은 12번도 더 탄핵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심 대표는 "현재 실시간 검색어 1~2위도 탄핵이 차지하고 있다"며 "최순실과 일당에 대한 즉각적인 구속수사, 우병우 수석·문고리 3인방 등에 대한 엄중 문책, 청와대 내각 총사퇴 조치가 이뤄지지 않으면 전국민적 퇴진 요구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심 대표는 또 박 대통령이 이른바 '비선실세 국정개입' 의혹을 시인하며 대국민 사과한 것에 대해서도 비판했다.

심 대표는 회견에서 "단 일곱 문장으로 이뤄진 사과문은 '연설문 쓸 때 친구 얘기 들을 수 있다'는 여당 대표의 한심한 인식에서 조금도 벗어나지 않았다"며 "권력형 비리와 국정농단의 주범인 최순실을 감싸기에 급급했다"고 비난했다.

심 대표는 "최순실 게이트는 단순한 권력형 비리 차원을 넘었다. 대통령의 메시지는 고도의 통치행위다. 대통령 연설문 작성에 관여했다는 것은 최순실이 통치를 감수(監修)했다는 말"이라며 "우리 국민들은 최순실에게 그런 권한을 준 적 없다. 최순실게이트는 국정농단을 넘어 헌정문란이다. 국민들은 지금 대통령의 자격을 의심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심 대표는 "사상 최악의 권력형 비리와 헌정문란 행위를 덮으려는 대통령의 의도에 말려들어선 안된다"라며 "헌법을 바꿀 때 바꾸더라도, 박근혜 정부의 권력형 비리와 헌정유린 사태를 엄단하는 일을 우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심 대표는 "여기저기서 증거인멸이 자행되고 있다. 검찰은 마지못해 수사 흉내만 내고 있다."면서 여야 3당에 다시 한 번 최순실게이트 특검을 제안했다.

한편 그동안 '불통' 이미지로 정계는 물론 국민들에게도 비난을 받았지만 '강직한 성품'으로 친인척과 멀리해 인척 비리를 사전 차단해 오며 많은 사람들의 지지를 받아왔던 박 대통령은 이번 사태로 골수 지지자들마저 배신감을 느끼며 비난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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